글|친스웨(秦時月)
〈야공작(夜孔雀, Night Peacock)〉고향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글|친스웨(秦時月)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의 우수영화인 〈야공작〉은올해 5~6월 중국 대륙에서 상영됐다.이영화는 중국과 프랑스가 합작한 로맨스드라마 영화로 프랑스 국적의 중국인 여성 플루트 연주자 엘사가 청두(成都)와파리에서 가진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을그리고 있다.
엘사(류이페이(劉亦菲) 분)는 청두에서 비단연구가이자 샤쿠하지(대나무피리) 연주자인 마룽(馬榮, 리밍(黎明) 분)과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고 마음이 잘 맞는다. 엘사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마룽을 사랑해 왼쪽 발에누에를 새기고 등에는 야공작을 새긴다.또한 강가에 앉아 샤쿠하지를 불면서 사랑을 추억한다….
천곡(川曲)학교에서 공부하는 마룽의 아들 마샤오린(馬小林, 위사오췬(余少群) 분)은 집념과 청춘 남성의 호기심으로 엘사에게 빠져든다. 엘사와 자신의 아버지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정신병을 일으킨다. 자신보다 아들을더 사랑한 마룽은 자살로서 사랑과 혈육의 정이라는 어려운 선택의 끝을 맺는다.
파리로 돌아온 엘사는 타투이스트인 마젠민(馬建民, 마룽의 동생, 류이(劉烨) 분)을 우연히 만난다. 그들은 마젠민의 문신에 대한 집착과 엘사의 야공작에대한 집착 때문에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사랑에 빠지지는 않고 타향에서 서로를 지지해주는 사이가 된다.
이 영화는 짧은 80여 분 동안 사랑,혈육의 정, 우정, 인문학적 감정에 대한이야기를 풀어낸다.
여배우 류이페이는 파리와 청두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처럼 영화 속 두 지역의 다른 풍경을 하나로 엮어주고 있다.그녀는 마룽, 마샤오린, 마젠민 세 남성을 대할 때 영화에서 필요한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 냈다. 특히 남자 주인공들의샤쿠하지, 구두와 양말, 문신에 대한 집착을 꿰뚫어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영화명 〈야공작〉에는 나방과 번데기,신(新)과 구(舊)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나방은 번데기를 뚫고 나온 ‘새로운것’을 상징하고 번데기는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옛것’을 상징한다. 영화 곳곳에서 신과 구가 교차하고 부딪친다. 예를 들어 세련된 파리의 유학생 엘사와 옛천극(川劇)을 배우는 마샤오린, 현대인이 사용하는 문신용 바늘과 마젠민이 식물 뿌리로 만든 문신 바늘, 엘사의 DJ와마룽의 샤쿠하지, 엘사의 하이힐, 드레스와 마샤오린의 수놓은 신, 긴 덧소매 등신구의 충돌은 주인공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준다. 정보화시대에 엘사는 인터넷에서 기계가 정교하게 만든 최신판 아이폰을 살 수도 있지만 촛불을 들고 고시(古寺)에서 송나라 때의 샤쿠하지를 찾는다.
야공작은 파리에서 청두로 오는 엘사이기도 하고, 이 영화의 감독 다이쓰제(戴思杰, 다이시지에)이기도 하다.
다이쓰제 감독은 청년시절 프랑스로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고향 청두에 대한기억은 1983년 옛 성곽과 삼협(三峽)강에 머물러 있다. 영화 말미의 자막에서처럼 감독은 청두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과잊을 수 없는 감정을 갖고 있다. 고시, 옛거리, 천극, 촉금(蜀錦, 쓰촨 비단), 샤쿠하지, 가죽나무, 오래된 방직공예 등등,영화에 등장하는 청두의 풍경을 통해 감독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그가 그리워하는 고향 풍경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중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인 이 영화는 비슷한 합작 영화에 비해 뛰어나다.중국과 프랑스 두 지역의 문화적 기호를훌륭하게 운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이 영화 표현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다는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훌륭한 점이 많음에도 중국관객에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관객들은스토리가 부자연스럽고 현실적이지 않으며 감독이 왜 이런 답답한 이야기로 자신이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고향 청두를 그려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이런 사무치는그리움은 중국인 감독들의 공통적인 단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