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진방(한국 연합뉴스 베이징특파원)
스모그로 악명 높은 베이징(北京)의 겨울 하늘이 점차 ‘본연’의모습인 푸른색을 찾아가고 있다. 올겨울 베이징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몰라보게 달라진 베이징의 하늘에연신 감탄사를 쏟아냈을 것이다.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실제올해 3-11월 베이징의 PM 2.5(지름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전년 대비 27%나 줄었다. 특히 겨울초입인 11월에는 동기대비 40%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줄었을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를 이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공해와의 전쟁’을 금융위기, 빈곤퇴치와 함께 3대 핵심 국정과제로 정할정도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겨울철 난방 연료로 석탄을 주로 사용하는 중국 북부 지방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남부 지방 사람들보다 3.1년 짧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중국북부의 스모그는 심각했다. 최근의 변화는 중국 북부지역에서 ‘석탄 연료’가 사라지면서 나타났다.
베이징의 회색 하늘이 다시 파란빛을 되찾은 건 뼈를 깎는 혹독한 노력의 결과다. 본격적인 난방을 시작되는 겨울이 시작되기 앞서 환경보호부는 물론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중앙기율위원회까지 나서 대대적인환경 단속을 벌였다. 올해 단속을 통해 석탄 연료 사용 규정을 어기거나환경 오염물질을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한 1만8000여 개 기업이 처벌을 받았고, 이에 못지않은 수의 공장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의약칭) 지역의 300만 가구 이상에 가스나 전기 난방을 설치하고, 올겨울부터 석탄 난방기구의 판매나 사용을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환경정책이 “진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한 중국 당국의 노력은 처절했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공장이 문을닫고, 가스 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허베이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하는 ‘난방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에도 중국 당국은 환경정책에 대한 고삐를 더 죄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징진지 지역 28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최소 15% 낮추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중국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첫 대(對)중국투자 프로젝트 역시 ‘난방 대란’을 해소할 가스관 건설사업으로 선정됐다.AIIB는 최근 이사회에서 베이징 지역 510개 마을의 21만6750가구를 액화천연가스(LNG) 수송관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사업을 승인했다. 이 사업은중국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석탄 난방을 가스 난방으로 교체하는 ‘메이가이치(煤改氣) 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으로 중국은 매년 65만t의 석탄 사용을줄이고 이산화탄소 59만5700t, 미세먼지 3700t, 이산화황 1488t, 질소산화물 4442t의 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투자는 또AIIB 발족 이래 처음으로 기업에 제공되는 대출이기도 하다. 이번 사업시행사인 베이징시 가스그룹유한책임공사는 오는 2021년 가스관 건립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 대상지가 최근 도시 정비계획에 따라 주거지 정비와 농민공 이주가 추진되는 지역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 또 파리기후협약에서탈퇴한 미국을 대신해 기후협약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중국의 국정 철학과도 맞아 떨어지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중국은 석탄 에너지 의존을 줄여 인민생활을 바꾸고 환경의 질을 제고할것”이라며 “이는 AIIB가 이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IB가 회원국 각자의환경보호 및 발전 목표를 실현하고,특히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